본업을 사랑하고 자랑스레 여길 때 나오는 자신감은 확연히 다르다. 그래야 재밌는 사람이더라도 우스운 사람이 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리고 인생에 한 번쯤은 죽기 살기로 노력해야 하는 때가 있다. 그게 대입이거나 취준이거나 자격증 준비거나. 그 시기를 한 번이라도 치열하게 준비해 봤던 사람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인생의 경험치나 여유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한 번쯤은 치열하게 꿈꾸고 가져보고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렇게 나는 꿈꿔왔던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발표하는 내 모습을 실현했다.

매우 부끄러운 포인트이지만, 어째서 No code, No Problem! 으로 오타가 났는지 모르겠다.
처음이라고 핑계를 대보자😒

전 날 저녁 리허설이 진행되었다. 텅 빈 부스들을 보았고 내일은 아마 꽉꽉 들어찰 것이다.

작년에는 부스만 운영했는데 올해는 부스와 발표를 해야 한다. 부스도 신경 쓰려니 신경이 곤두선다.

전체 발표 공간. 아침 키노트는 이 전체 공간을 사용하고 오후에는 각각 파티션이 생겨 공간이 나뉜다.

나한테 주어진 시간은 20분. 입사 이래 인턴 이후로는 20분 발표는 처음이다. 너무 짧고도 어려운 시간이다. 리허설에서는 대충 자료가 잘 나오는지, 동선은 어떤지, 시야와 서있어야 할 위치 등등을 맞춰보았다.
앞에 프롬프터가 나오는데 뒷 화면을 보지 않고 아래를
보며 하자니 익숙하지 않았다. 물론 나는 스크립트 없이 발표를 하는 스타일이라 장표를 봐야 하기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었다.

내가 발표하는 공간은 이쪽.
다음날

에스컬레이터 입장~

벽면 전체에 아젠다가 있다. 여기에도 대소문자 .. 좀 바꿔주시지.. 그래도 신기했다.

꽉꽉 들어찬 전체 발표공간

하루종일 서있게 될 부스. 이번에는 선물이 적어 많이들 안온 느낌(?) 그래도 나에게 필요했던 파트너사 분들과 컨택할 수 있어서 난 만족했다.

회사 라벨이 붙은 물

구글 클라우드가 북적북적했다. 나도 가서 물어보고 싶다.

내 발표는 2시 10분. 빠르게 11:30에 밥을 먹었다. 이렇게 고급 밥을 주다니 감사합니다만 밥 맛이 잘 안 느껴졌다..

오후 세션을 위한 아젠다가 각 트랙마다 놓였다.

오후 첫 세션의 끝자락부터 들어가 있었다. 우리 트랙이 화면은 작았지만 사람이 제일 많았다고 한다. 바닥에도 사람들이 앉아있고 서있고 빽빽했다. 이 발표에서 15분가량 딜레이가 생겼다. 하지만 나는 20분에 맞추기에도 양이 많으므로 개의치 않고 20분에 맞추기로 마음먹음.

귀여운 마이크도 차고.
최근 들어 가장 마음에 들고 비즈니스 캐주얼 느낌이 나는 룩으로 가져왔는데.. 생각보다 너무 졸업 연주회하는 초등학생 같아서 잘못된 선택을 한 것 같았다. 팀 사람들이 나보고 러시아 인형 뚜껑 따면 뚜껑 나오는 마죠리카인가 뭐시기 닮았다고 해서 청중들이 얕잡아볼까 봐 걱정이 됐다. 그냥 자켓입을걸


뭐 시작하기 10분 전까지는 조금 긴장했는데 무대 앞으로 가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괜찮아졌다. 하나도 안 떨림 진짜로. 올라가서도 여유 있게 잘 진행했고 시간에 맞추느라 말이 좀 빨랐던 것 같다. 딱 12초 정도 남기고 끝을 냈다. 예상치 못한 대소문자 실수와 거의 마지막 장표에서 폰트 정렬이 내 컴퓨터와 다르게 어그러진 모습으로 나와서 속으로 열받았지만.. 뭐 어쩔 수 있나요
아 그리고 데모 영상에서 소리를 다 뺐는데 시작하자마자 0.1초 정도 소리가 안 빠져있어서 플레이가 되었다. 이것도 열받았다.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당황만 안 했으면 됐지 뭐.
끝나고 피드백은 예상 이상으로 너무 칭찬을 많이 받았다. 사실 내가 주니어라서 이런 큰 발표를 진행하는 게 의아하고 마음에 썩 들지 않았다는 분이 계셨다. 그런데 내 발표를 보고 너무 깜짝 놀랐다고 목소리 톤이나 발성이 좋았다고 하셨다. 다만 너무 비즈니스적으로 딱딱한 느낌이 있어서 이런 고객 컨퍼런스에서는 조금 재밌게 하면 좋겠다고.. (그렇게 한 건데 ㅋㅋㅋㅋㅋ 아무래도 톤 때문에 안 느껴지셨을 거다) 이후에 회식에서도 너 매력 있다~ 사랑한다~부터 계속 내내 얘기하셔서 감사하면서도 당황했다 ㅋㅋㅋㅋ
그 외에도 다들 처음인 줄 몰랐다고 무대체질 같다고 많이들 이야기해 주셔서 감사했다. 본부장님은 dry-run 때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내 담당 솔루션이 아닌 부분은 자신감이 떨어지는 게 본인 눈에 보이셨다고. 역시 잘 보셨다 남들은 몰랐을지 몰라도 티가 났을 것이다.
결론은 칭찬받았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이야기.
하여튼 나름 첫 데뷔 중박은 친 것 같다. 후련하고 행복하다.
아 부스 운영은 진짜 너무 힘들었다. 발표 끝나고도 세시가 안된 상태에서 8-18 내내 서있으려니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ㅠㅠ 보통 일이 아니다.
이렇게 우리 회사의 제일 큰 행사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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